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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이었죠. MBC 전 김장겸 사장 해임 소식을 담담하게 전하는 배현진 아나운서의 표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그녀가 한 달 뒤인 지난 7일 자신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최승호 PD가 신임 사장에 내정되었다는 소식을 또다시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하게 전하는 걸 보면서 일에서 만큼은 프로라는 생각은 들더군요.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편의 "코미디같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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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배현진 아나운서가 처음부터 적폐 세력으로 분류 되던 그런 아나운서는 아니었죠. 2008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하여 5시 뉴스, 100분 토론, 주말 MBC 뉴스데스크 앵커우먼을 거칠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진정한 언론인의 자세를 보여줬으니까요. 특히 최일구 앵커와 함께 MBC 주말 뉴스를 진행할 때는 국민적 인기도 많았고 가장 호감 가는 여자 아나운서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 배현진 아나운서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 시기는 지난 2012년이었죠. 당시 배현진 아나운서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170일 파업에 참여했고 여론도 그녀의 올바른 행동에 지지했지만, 갑자기 배현진 아나운서는 파업 중간 노조를 탈퇴하고 방송에 복귀해 버리죠. 이때 배현진 아나운서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동료들은 물론 그녀를 지지했던 팬들도 멘붕이 오고 말았죠.

 

 

이후 배현진 아나운서는 배신의 아이콘이 되긴 했지만, 회사에서 승승장구했지요. 2011년 4월 8일부터 2013년 11월 15일까지 MBC 뉴스 데스크 메인 앵커로 활동하다 2014년 MBC 국제부 기자로 전직한 것을 빼곤 2014년 5월 12일부터 현재까지 평일 MBC 뉴스데스크 앵커우먼으로 쭉 활동을 해오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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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배현진 아나운서는 MBC 최장수 뉴스데스크 여성 앵커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는데요. 이는 전 백지연 앵커가 세운 8년 기록을 훌쩍 넘어서는 기간이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최장수 아나운서 타이틀을 인정해주는 국민들은 없다는 게 씁쓸한 현실이었죠.

 

 

물론 세간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배신한 배현진 아나운서의 행동을 두둔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만약 자신이 배현진 아나운서와 같은 상황이라면 기회를 잡지 않겠냐면서 말이죠. 그러나 이런 두둔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죠.

 

특히 지난 7월 최승호 PD가 MBC 사장이 되기 전 SNS를 통해 배현진 아나운서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면 더욱더 그렇고요. 그럼 여기서 당시 최승호 PD가 배현진에게 직격탄을 날렸던 말을 들어 볼까요.

 

 

"배 앵커가 국내 최장수 앵커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배 앵커가 이토록 장수하는 이유는 아마도 2012년 파업 도중 대열을 이탈해 돌아갔다는 것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반면 파업에 끝까지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은 화면에서 축출됐다. 50명의 아나운서들 중 11명이 MBC를 떠났고 11명이 비제작부서로 전출됐다. 이제 이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

 

결국 배현진 아나운서가 최장기간 앵커직을 맡는 동안 다른 아나운서들은 고통의 나날에서 보낼수 밖에 없었는데요. 가장 극단적인 예로 배현진 아나운서에게 ‘화장실 수도꼭지를 잠그라’고 말했다가 비제작부서로 쫓겨난 양윤경 MBC기자 일화를 들 수 있죠.

 

 

특히 최승호 PD는 지난 8월 SNS를 통해 이 내용을 언급하며 "선배 기자가 조사를 받는 등 고초를 당하고 마침내 비제작부로 쫓겨나는 과정에서 배현진 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영원히 MBC 아나운서로 여왕처럼 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라는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죠.

 

 

이런 가운데 해고된 직원에서 MBC 사장으로 재취업한 최승호 사장은 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에 인적 쇄신 다짐을 밝히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배현진 아나운서에 대해 언급을 했지요. 특히 최승호 사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보도본부에서 새로운 앵커 체제를 아마 마련하리라고 본다"라고 밝혀 배현진 앵커의 시대는 끝났음을 시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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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렇게 해서 동료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그동안 메인 앵커를 맡아 MBC 간판 아나운서 자리를 8년간 지켜왔던 배현진 아나운서는 12월 8일자로 그 자리를 물러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배현진 아나운서가 앵커직을 물러나도 MBC 남아 계속 버틸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미 여러 종편 채널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만큼 김주하 아나운서처럼 MBC를 떠나 종편에 새 둥지를 틀지 않을

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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