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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우주 척후병 보이저 1호 태양권 탈출이 무서운 이유

 

 

2013년 9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는 무인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1977년 9월 발사된 지 36년 만에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체 중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난 존재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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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6월 2일 나사의 발표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약 206억km 떨어진 우주 공간을 날고 있다고 합니다. 이 거리는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도 꼬박 19시간이 걸리는 엄청나고 아득한 거리이지요.

 

 

이처럼 초속 17km로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건으로는 가장 먼 우주까지 날아가는 신기록을 매일 세우고 있는데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9월 5일이면 만 40년을 맞게 되는 보이저 1호가 멈추지 않고 태양계 최외곽의 행성들을 지나 최초로 진입한 성간 공간에서도 각종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5일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에서 타이탄 3E 켄타우르 로켓에 의해 발사되었죠. 당시 보이저 1호는 비록 보이저 2호보다 며칠 늦게 발사되었지만, 176년 만에 이루어지는 태양계 행성 정렬에 맞춰 지름길을 택하면서 오히려 보이저 2호보다 외행성계로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최신 기술이던 중력 도움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탐사선의 능력이 큰 역할을 했죠.

 

 

 

보이저 1호는 1979년 목성에 약 35만km까지 다가가 아름다운 목성의 모습을 촬영해 전송하기도 했는데요. 당시만 해도 미지의 행성이었던 목성의 대적점(거대 폭풍)과 대기가 보이저 1호에 처음 포착되면서 인류는 목성의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되었고 목성 위성 '이오'를 비롯해 더욱더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죠.

 

 

<목성 대적점이 보이는 가운데 떠 있는 행성이 바로 '이오'다. 아래는 확대사진>

 

 

이렇게 목성에서 수많은 탐사 신기록을 세운 보이저 1호는 이듬해 토성에서 12만km 지점에 접근해 촬영하면서 토성의 고리가 1000개 이상의 선으로 이뤄졌고 고리 사이에는 틈새기가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내는가 하면 위성 타이탄까지 발견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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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986년 1월 24일 천왕성에 도달한 보이저 1호는 위성이 10개 더 있다는 것과 상당히 강한 자기장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낸 것을 물론 1989년 8월 24일에는 해왕성마저 통과해 우주 역사의 정점을 찍었죠.

 

 

이어 보이저 1호는 지난 1990년 2월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카메라를 지구로 돌려 촬영한 사진을 전송했지요. 당시 지구와 보이저 1호의 거리는 약 60억km로 였고 촬영된 사진에 보여진 지구는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할 정도였죠.

 

 

인류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이라 불리는 이 사진을 본 미국의 유명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에서 "지구는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말했고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는 그의 말을 빌려 보이저 1호를 우주로 보낸 작업이 그저 고철 덩어리를 버리는 것만은 아니라고 평가했죠. 알다시피 보이저 1호에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조우할 경우를 대비해 지구에서 외계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금제 음반을 탑재했으니까요.

 

 

특히 골든 레코드라 불리는 LP 3장의 음반에는 수학 기호와 해부 사진, 태양계 모습 등이 담긴 이미지 115개의 그림과 파도, 바람, 천둥 같은 자연적인 소리는 물론 새와 고래의 노래 같은 동물 소리가 담겨 있죠. 또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클래식 음악은 물론 55개의 언어로 된 지구인들의 인사말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여기에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지구와 인류에 대한 많은 것들이 기록돼 있다는 것이죠.

 

 

골든 레코드에 이런 지구의 정보를 모두 담자고 아이디어를 낸 인물은 다름 아닌 칼 세이건입니다. 하지만 그의 의견에 모두 동조한 것은 아닙니다. 나름 타당한 반론을 제시하며 외계인의 침범을 우려한 과학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으니까요.

 

특히 노벨상을 받은 영국의 천문학자 마틴 라일은 마치 빈 병에 메시지를 넣어 우주에 보내는 행위에 대해 "사악하고 굶주린 외계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죠. 또한 골든 레코드에 지구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줌으로써 외계 문명의 욕망과 분란을 초래하게 되고 결국 지구는 그들에게 보물 지도로 전락할 수 있음을 알렸지요.

 

 

즉 마틴 라일의 말을 정리하자면 외계인이 손을 내미는 평화의 사도가 아닌 오히려 지구의 문명을 파괴하는 침략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는 인류의 역사를 지켜봐도 딱 답이 나오는 부분이었죠. 문명이 발달한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를 모두 파괴하고 그곳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것처럼 말이죠.

 

 

결국 선진 문명이 후진 문명을 정복하고 약탈하는 것처럼, 우리보다 더 발전된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이 과연 보이저 1호를 발견하고 우리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기뻐하겠냐는 것이죠. 즉 정상적인 시나리오라면 외계인들은 보이저 1호를 통해 지구의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대비해 정복하려 할 것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것처럼 그저 자신들 보다 덜 지적인 생명체에 불과할 테니까요.

 

 

이처럼 보이저 1호에 실린 지구의 막대한 정보로 인해 오히려 지구 문명이 파괴되고 침략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골든 레코드 아이디어를 냈던 칼 세이건은 정말 아이러니한 답변을 내놓았죠. 그는 보이저 1호를 발사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 모두가 약 30광년까지 퍼질 수 있는 라디오 전파를 통해 지구라는 별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고 말이죠.

 

 

그리고 이런 전파는 우리보다 그리 뛰어나지 않은 문명의 장비로도 수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외계의 침공을 걱정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밝혔죠. 결국 보이저 1호에 저런 정보를 실어 보낸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한 셈인데요. 과연 보이저 1호의 나비효과가 미래의 지구에 어떤 운명을 가져다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플루토늄 배터리를 이용해 우주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보이저 1호의 수명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지요. 짧으면 2025년 전력 부족으로 모든 장비 구동이 멈추게 되고 지구와의 교신도 끊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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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약 기적적으로 운행을 더 한다고 해도 2030년이면 보이저 1호의 운명은 완벽히 끝이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동이 멈추더라도 보이저 1호의 우주여행은 멈추지 않고 아마 계속될 것입니다. 행성 충돌로 파괴되거나 지적 우주 생명체에 의해 발견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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